관음기도 가피 백의관음 관세음보살 친견꿈〈송고승전(宋高僧傳)〉
고된 수행으로 피를 토하니, 관음보살이 나타나 감로를 주시다
송나라 때 천태종(天台宗)의 제12조(祖) 의통(義通) 대사의 문하에 준식(遵式)이라고 하는 선사가 있었습니다. 그의 모친은 일찍이 지성으로 관음에게 기도하여 아들을 낳고 스님으로 출가시켰습니다. 스님은 학문이 높고 깊었으며, 능히 고행을 감내하는 수행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90일의 기한을 정해놓고 관음기도를 하다가 피를 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죽음으로서 서원을 하고 전혀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하루는 홀연히 꿈에서 백의관음이 나타나셔서 손으로 스님의 입을 벌리고 입에서 벌레 몇 마리를 잡아냈고, 또 손가락 끝에서 감로를 흘려 입속에 넣어주셨습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도 청량하고 시원하였습니다. 이에 스님의 오래된 질병이 완전히 치유되었으며, 그 후로 더욱 참회하여 머리가 위로 한 치 이상 커졌고, 두 손은 무릎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으며, 소리는 종소리 같이 쨍쨍 울리는 등 여러 가지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대중들은 모두 스님을 찬탄하고 흠모하였습니다. 스님은 사찰의 건물들을 확장시켜 승방 수백 칸을 건축하였으며, 매번 기둥을 하나 더 세우거나 기와 한 장을 더 덮을 때는 반드시 친히 관세음보살을 소리 내어 염불하였습니다. 세 차례나 도적떼의 난동으로 저질러진 화재에도 스님이 직접 나서서 화재 진압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모두 스님의 큰 원력이 견고한 덕이었습니다.
천태학을 중심으로 죄업을 참회하기 위한 참법(懺法)을 제정하여 가르쳤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스님을 자운참주(慈雲懺主)라 하였습니다.
〈송고승전(宋高僧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