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스승들/아바타 크리슈나

인도의 예수 그리스도, 비슈누의 아바타(화신) 크리슈나의 생애

有然(유연) 2021. 11. 19. 09:22


비슈누의 아바타(화신)


1. 크리슈나
Krishna

힌두교의 신.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중요한 신이다. 인도가 아닌 외국에도 유명한 바가바드 기타의 주인공. 발라라마의 이복동생이다.


2. 상세
힌두교의 비슈누파(派)에서 비슈누 신은 여러 개의 권화(權化)의 형태로 이 세상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크리슈나로, 현대에 와서도 많은 신자가 있다.
아예 비슈누의 아바타라 중 하나가 아니라 아바타라의 근원인 비슈누 그 자체, 혹은 비슈누를 화신으로 거느리는 진정한 최고신으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크리슈나를 최고신으로 섬기는 종파를 바가바티즘이라고 하며 이후 비슈누를 섬기는 바이슈나이즘과 융합되었다.

크리슈나는 다른 힌두신과는 달리 실존 인물일 가능성이 꽤 높은 인물이다.[1][2] 다른 설에는 기원전 7세기 인도의 한 부족에서 태어나, 태양신을 숭상하고 신을 바가바트(Bhāgavat)[3]라 하여, 실천윤리를 중시하는 통속종교를 창도(唱導)했다고 보기도 하는 듯하다.

인도 신화의 많은 영웅들이 그렇듯이 '신들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신들에 의해 태어난 영웅'이라는 면에서 그리스 신화에서의 헤라클레스와 유사한 면이 있다.
4대 종교의 최고신의 분신이자 그 자신이며 종교의 창시자라는 점에서 예수와도 유사점이 있어 '인도의 그리스도'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독립적인 영웅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비슈누 신앙에 동화되어 비슈누의 화신이 되었다.

형제로 쉐샤의 화신 발라라마와 이후 아르주나의 아내가 되는 수바드라가 있다. 수바드라의 아들 아비만유는 크리슈나의 조카가 된다. 자식으론 야다바의 멸망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인 삼바[4]와 카마데바의 환생 프라듐나 등이 있다. 그리고 크리슈나는 루크미니[5]를 비롯한 여인 1만 6천여 명과 혼인했다. 이 아내들에도 비화가 있는데, 아수라 나라카가 죽자 그의 포로였던 여인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6] 그래서 크리슈나가 이 여인들을 돕기 위해 모두 자신과 혼인시켜 있을 곳을 마련해준 것.

힌두교의 신들 중 경건함과는 거리가 먼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특히 민중들에게 매우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신격이다. 반면 사제들은 그런 부도덕한 자를 섬기면 안 된다면서 대안으로 비슈누의 또 다른 화신인 라마찬드라를 밀기도 했다.

풍부한 전설과 여러 가지 성격을 갖고 있어, 시대와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요소가 부여된 사실을 짐작케 한다. 중세 이후에는 애인 라다(Radha)와[7]의 사랑을 중심으로 에로스적(的) 신앙이 강조되어 문예·회화·조각·종교시 등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다.

보통 크리슈나가 비슈누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즉, 선先 비슈누, 후後 크리슈나) '하레 크리슈나' 등 일부 크리슈나 종파에서는 오히려 비슈누가 크리슈나에 확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즉, 선先 크리슈나, 후後 비슈누) 관련 종파의 언급에 의하면 먼저 크리슈나가 있고, 크리슈나로부터 마하비슈누가 나오는데 이 마하비슈누가 자면서 숨을 내쉴 때마다 모공에서 수없이 많은 우주가 쏟아져 나오고 숨을 다시 들이쉬면 그 많던 우주가 다시 모공으로 들어간다고 하며, 각 우주마다 우리가 아는 비슈누와 브라흐마, 시바 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과업을 행하는 비슈누의 화신 대부분이 신의 면모를 지닌 강력한 인간 영웅 정도의 묘사에서 그치는 반면, 크리슈나는 그냥 비슈누 그 자체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 양어머니가 그가 진흙을 손으로 떠먹는 줄 알고 입을 열어 들여다봤는데 우주가 펼쳐져있었다거나, 후술할 두르바사와의 일화라던가. 마하바라타에서도 이따금 비슈누로서의 전지전능한 본모습을 드러내며 온 우주가 자기 안에 있고 모든 운명이 결정지어져 있으며 세계의 모든 존재는 자신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코스믹 호러.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에 크리슈나교(ISCKON)가 들어가서 소수의 신자들이 생겼는데, 대표적으로 조지 해리슨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변발을 하고 "하레 크리슈나 하레 라마~"라고 외치며 다니는 승려들의 특이한 모습 때문에 곧잘 희화화되곤 한다.


3. 행적
생애의 모든 시기가 각각 신앙의 대상이 되는 유일한 힌두교 신으로 시기별로 신앙의 특성이 다르다. 아기 시절의 크리슈나를 섬기는 것을 발라 크리슈나 신앙, 청소년 시기의 크리슈나는 애인 라다와 함께 숭배되어 라다-크리슈나 신앙, 장성한 시기의 크리슈나 신앙 등으로 나뉘며 각각 인도 전역에서 열렬한 숭배를 받는다.


3.1. 유소년기
힌두교 경전에 의하면 악마 캄사를 쓰러뜨리고 지상의 악인을 벌하기 위하여 태어났다고 한다. 캄사는 야다바 일족의 왕위를 찬탈한 인물로 크리슈나의 어머니 데바키의 사촌이였지만, 데바키의 여덟 번째 자식이 자신을 죽일 거란 예언을 두려워해 발라라마[8]를 제외한 크리슈나 이전의 아이를 모두 죽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아버지 바수데바가 크리슈나와 발라라마를 빼돌렸고, 형제는 브린다반에서 양치기 부족의 족장인 양부모 손에 자라게 된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캄사가 크리슈나를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낸다. 첫번째로 보내진 자객인 락샤사 푸타나는 여성으로 변신해 아기 크리슈나에게 독을 탄 젖을 먹이려 했지만 크리슈나는 엄청난 힘으로 푸타나의 젖을 빨아먹었고 아예 목숨까지 빨려버린 자객은 사망했다. 또 한때는 트리나르타라는 악마가 회오리바람으로 변해 그를 없애려고 했지만, 크리슈나는 악마의 등에 올라타고 서서히 몸집을 키워 그를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어 물리친다.

그러면서도 크리슈나는 장난꾸러기 소년으로 자라났으며, 특히 버터를 좋아해 양어머니가 항아리에 넣어 둔 버터를 훔쳐먹다[9] 혼이 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아기 크리슈나의 입안을 들여다 본 양어머니가 입속에서 온 우주를 보았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덤.


3.2. 청년기
수려한 목동 청년으로 자라난 크리슈나는 이후에도 여러 모험을 한다. 어느 날 야무나 강에 나가족의 왕 칼리야가 둥지를 틀고 강을 오염시키자, 크리슈나는 사람들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칼리야를 퇴치한다. 게다가 신들의 왕 인드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인드라를 숭배하는 것을 보고 인드라 대신 주변의 산에 제사를 지내라고 설득하기까지 한다. 그러자 분노한 인드라가 폭우를 쏟았는데 크리슈나는 손가락 하나로 산을 들어올려 폭우를 막았고, 이에 인드라는 크리슈나를 인정하게 되었다고 한다.[10]

이렇듯 청년기의 크리슈나는 온갖 괴물과 악인을 물리칠 뿐 아니라 여러 신들을 압도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언젠가 한 번 자신에게 도전한 브라흐마의 콧대를 눌러주려고 브라흐마가 보는 앞에서 다른 우주의 브라흐마들을 모두 소환해보인다. 힌두 신화에서의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다원우주 개념인 경우가 많은데, 각 우주마다 있는 브라흐마란 브라흐마는 전부 소환해 이 우주의 브라흐마를 놀라게 한 것이다. 결국 크리슈나에게 도전한 브라흐마는 그의 앞에 부복하게 되고, 크리슈나는 그 브라흐마에게 너는 이 수많은 우주의 브라흐마 중 단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상히 알려준다. 시바와도 1대 1 대결을 벌여서 승리하고 시바에게서 자신보다 크리슈나가 더 위의 신이라는 항복선언까지 받아내는, 그야말로 무쌍의 영웅이다. 인드라쯤되면 그냥 크리슈나에게 털리는 게 일이다. 사실 베다 시대의 이후의 인드라는 그냥 전투력 측정기 정도에 가깝다 물의 신 바루나는 자신의 부하가 실수로 크리슈나의 양아버지를 잡아가는 바람에 크리슈나에게 응징당하곤 사죄하기도 한다. 불쌍한 바루나... 라마한테도 털리더니...

아름다운 외모와 무용담으로 마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크리슈나는 이들 중 여목동 라다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라다는 이미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지만 그와 소유를 초월한 사랑을 나눴고, 특히 12세기 창작된 연애 서사시 '기타고빈다'에서 이 둘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서사시에선 라다에게 점점 집착하게 되는 자신 때문에 고민하는 등 다른 설화에선 드문 크리슈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기타고빈다는 '연인을 사랑하듯 신을 사랑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해석되며 크리슈나 신앙의 경전이 되었고, 라다는 지고자와 합일을 열망하는 인간 영혼의 상징이 된다.

다만 크리슈나가 주역인 마하바라타에선 라다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는데, 시간대 상으론 라다 이야기가 마하바라타 이전이지만 창작 시기는 마하바라타가 먼저라서 그렇다.


3.3. 성년기
계속해서 자객을 보내오던 캄사는 시바신 축제 때 크리슈나를 왕성에 초대해 죽이려 계획한다. 하지만 크리슈나는 발라라마와 함께 그들을 공격해 오는 자객을 모두 쓰러뜨렸고, 마침내 분노한 캄사가 직접 크리슈나를 상대했지만 크리슈나는 캄사에게 승리해 그를 죽인다. 크리슈나는 캄사에게 잡혀 있던 부모와 재회하고, 야다바족의 수도가 안전하지 않다 생각해[11] 바다 옆의 도시 드와르카로 천도한다.

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선 성인이 되어 야다바에 복귀한 모습으로 등장. 형과 함께 드라우파디 공주의 신랑감 고르기 대회에 참석하는데, 변장한 채 대회에 우승한 브라만이 사촌동생 아르주나란 것을 꿰뚫어본다. 이를 계기로 아르주나 형제들과 만나 지원을 해주는 관계를 맺었으며, 특히 아르주나와는 절친한 친구가 된다.
이뿐 아니라 크리슈나는 나라야나[12]으로 묘사되는데, 아르주나는 그 쌍둥이 나라의 환생으로 여겨지며 서사시 내내 둘의 깊은 관계를 볼 수 있다. 이렇듯 깊은 관계이기 때문인지 크리슈나는 본래 두료다나에게 시집갈 예정인 여동생 수바드라와 아르주나가 사랑에 빠지자 둘을 충동질해 합의 납치혼을 성사시켰고 성공해 조카까지 본다. 아르주나와 함께 강변에 놀러갔을 때 아그니 신의 부탁으로 둘이서 숲을 불태우기도 했고[13] 이를 본 신들이 격분해 달려오자 아르주나와 함께 그들을 모두 물리치며 무용을 과시한 적도 있다.

아르주나뿐 아니라 그 형인 유디슈티라에게도 든든한 빽이 되어줬는데 왕이 되었음을 천명하는 라자수야 의식도 도와줬다.[14]

또한 아르주나를 비롯한 판다바들의 아내가 된 드라우파디와도 의남매를 맺고 절친하게 지냈다. 드라우파디와 판다바들의 결혼을 중매해 주며 인연이 시작되었고 크리슈나가 손을 다치자 드라우파디가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 치료해준 일화가 유명. 그 보답으로 크리슈나는 판다바들의 숙적 두료다나 일행이 판다바를 함정에 빠뜨리고 드라우파디의 옷을 벗겨 모욕하려 들자 벗겨도 벗겨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옷을 선사해줘 구해준다.

다만 캄사의 친척과 전쟁을 하던 중이라 바빠 두료다나의 음모로 인해 판다바들이 유배되는 것을 막진 못했다. 하지만 두료다나의 계략으로 성선 두르바사가 유배 중인 판다바들에게 찾아가 음식을 요구하자, 밥알 하나와 야채 찌꺼기를 우주의 자격으로 먹음으로써 (성자와 제자들을 포함한) 온 우주를 배부르게 하며오병이어 상위 호환 [15] 일을 해결한다.


3.4. 쿠룩셰트라 전투와 바가바드 기타
판다바들의 유배가 끝나자 크리슈나는 여러 왕들을 소집했고, 이 모임에서 유디슈타리에게 왕국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며 사기 주사위 도박으로 왕국을 강탈한 두료다나에게는 합당한 응보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또한 크리슈나는 먼저 협상을 하여 평화롭게 왕국을 돌려받기를 시도할 것이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크리슈마의 형이자 비마와 두료다나의 철퇴술 스승이었던 발라라마 또한 이에 동의하여 평화를 바라는 카우라바 측의 원로들과 함께 협상으로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크리슈나는 평화 사절로서 직접 두료다나를 방문하지만, 두료다나는 거절하다 못해 그를 납치하고 죽이려는 시도까지 한다. 물론 크리슈나는 이를 간단히 제압하고 돌아가지만 평화 교섭은 결렬된다.

본격적인 전쟁 준비가 시작되자 두료다나와 아르주나 두 사람은 힘을 빌리려 크리슈나를 찾아가는데 타이밍이 딱 맞아 동시에 찾아간 꼴이 된다. 이에 그는 양측 모두 친분이 있으니 한 쪽만을 편들 수 없다면서 자신의 강력한 군대와 자기 한 명 중에서 하나만을 고르라고 제안하고는, 자신은 어느 쪽에 가담하더라도 직접 싸우지는 않겠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선택의 우선권은 연소자인 아르주나에게 돌아갔는데 그는 당연히 크리슈나를 선택했고, 이렇게 해서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의 전차를 모는 마부로서 쿠룩셰트라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 물론 두료다나도 백만 대군을 얻고서 의기양양해했고.

그렇게 쿠룩셰트라 전투가 일어나기 전날 밤이 되는데, 상대가 친지들이란 것을 마주한 아르주나의 전의가 꺾이고 만다. 차라리 친지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우는 아르주나에게 크리슈나는 전쟁의 목적이 단지 왕권을 찬탈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맞서 정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너에게 부과된 의무(전쟁)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해야 하고, 그런 사명을 아르주나인 너가 가지고 있다.’ 라고 설교를 하고, 이 부분이 바로 마하바라타에서 가장 유명한 '바가바드 기타'다.

하지만 이런 비정한 조언에도 아르주나가 고뇌하자, 크리슈나는 자신의 절대자이자 비슈누 신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 아르주나를 고무시킨다.

전쟁 중엔 약속대로 비무장으로서 아르주나의 전차를 몰지만[16] 뒤에선 절대자답게 전쟁의 모든 것을 조종한다. 사실 판다바군의 비열한 책략은 모두 이 크리슈나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으로, 시크한디를 앞세워 비슈마를 공략한 것도 거짓말로 드로나를 죽인 것도 모두 크리슈나의 책략. 그리고 전쟁 마지막 날이 되자 비마에게 두료다나의 약점을 귀띔해 반칙을 쓰도록 유도한 것도 크리슈나다.

그렇게 판다바를 승리로 이끌지만 그가 전쟁을 방조한 것[17]과 반칙을 쓴 것을 용서할 수 없었던 두료다나의 어머니 간다리 왕비에게 저주를 받는다. 크리슈나는 자신의 일족이 교만해져 징벌받을 것을 알았기에 '야다바는 골육상쟁을 벌여 멸망할 것이다'라는 저주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3.5. 최후
그러나 위대했던 그조차 결국에는 죽음을 면하지는 못한다.
쿠룩셰트라 전투 이후 36년이 지난 어느 날, 크리슈나의 일족 야다바들의 도시인 드와르카에 여러 현자들이 방문하였다. 이때 장난기가 발동한 야다바 소년들은, 크리슈나의 아들 삼바에게 여장을 시키고[18] 임산부처럼 꾸미게 한 뒤 현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오, 성자들이시여, 이 아낙이 아들을 낳을까요, 딸을 낳을까요?"

그러나 무례한 장난을 간파한 현자들은 대답했다. "이 소년은 아들도 딸도 아닌 몽둥이[19]를 낳을 것이며 그 몽둥이는 야마가 되어 너희 전부를 죽이고야 말 것"이라고.

현자들이 떠난 뒤, 당황한 야다바들의 공포는, 삼바가 실제로 몽둥이를 낳자(!) 극에 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야다바의 왕 우그라세나는 몽둥이를 고운 가루로 갈아서 바닷가에 뿌려버리도록 명령했다. 안심한 야다바들은 현자들의 저주에 대해서 완전히 잊게 되었고, 몽둥이 가루를 뿌린 바닷가에서는 그저 골풀[20]이 탐스럽게 자라날 뿐이었다.

그렇게 불길한 조짐들이 날이 갈수록 짙어지던 어느 날, 야다바들은 전부 모여 문제의 바닷가에서 제사를 지낸 뒤 그 곳에서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그런데 술이 몇 차례씩 돈 뒤, 사티야키와 크리타바르마가 예전에 전쟁터에서의 서로의 잘못들[21]을 비난하며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곧 야다바 전체가 이 싸움에 끼어들어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었다. 마침내 사티야키가 크리타바르마의 목을 베어 버리자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야다바들은 전부 두 편으로 나뉘어진 채 패싸움이 벌어졌다. 크리슈나는 마침 자라고 있던 골풀을 꺾어들고 자신의 적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이를 본 다른 야다바들도 똑같이 골풀을 꺾어서 하나씩 잡아들고 서로를 죽을 때까지 때리기 시작했다. 현자들의 저주는 과연 거짓이 아니었으니, 몽둥이 가루 하나하나에서 비롯된 골풀이 위력을 발휘하는 몽둥이가 되어 야다바들을 죽이게 된 것이다. 이 추태를 보다 못한 발라라마는 요가 자세를 취한 뒤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고 크리슈나도 아수라장을 조용히 떠나서 혼자 황야를 떠돌게 되었다.

최후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한 크리슈나는 나무 밑에 누워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한 사냥꾼이 그를 보고, 짐승으로 착각하여 화살[22]을 날려 발바닥을 꿰뚫었는데, 그렇게 위대한 크리슈나는 세상을 떠났다.